눈물 꽃 소년(박노해)

참 좋아하는 시인이다.

박노해.

어느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던 날, 교보문고에서 시집은 두어권 샀더랬다.

한 참을 읽지 않았다.

마음이 쉬어 가길 원하던 그 어느날 랩으로 싸여 있던 포장을 뜯고 한 장 한 장 시집을 읽었다.

읽을 수록 박노해라는 사람이 매우 궁금해졌다. 이런 생각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사람 가슴속엔 무엇이 있길래 깊은 묵상과 연민이 있는 걸까.

기사도 찾아보고, 가족 정보도 찾아보았다. 기구하게 살아가는 구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추천 도서 리스트에 있던 눈물꽃소년 책이 다음에 읽을 책이 되었다.

눈물 꽃 소년은 박노해 시인의 어릴 적 이야기다. 자신이 지내온 어린 시절과 가족, 동무, 동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진정성 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진정성이란 단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삶과 이야기로 증명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노해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진정성을 살며시 건넨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시인의 할머니가 참 진실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 책에서 할머니와 관련된 일화들이 자주 나온다.

평아, 니도 참하고 귄있는 사람으로 한세상 멋지게 살아부러라잉

그 뒤로 장터를 지날 때마다 할머니 말씀이 울려왔다.

개한사람인가 참한 사람인가

주변머리 있는 사람인가

얼이 든 사람인가

멋, 그 무엇이 있는 사람인가.

알사탕이 아무리 달고 맛나다 해도 말이다. 그것은 독한 것이제. 유순하고 담박하고 부드러운 맛을 무감하게 가려버리제. 다른 맛들과 나름의 단맛을 가리고 밀어내 부는 거 좋은 것이 아니제. 알사탕같이 최고로 달고 맛난 것만 입에 달고 살면은 세상의 소소하고 귀한 것들이 다 멀어져 불고, 네 몸이 상하고 무디어져분단다. 그리하믄 사는 맛과 얼이 흐려져 사람 베리게 되는 것이제.

처음으로 시인이 요리를 하던 날 이야기다.

울 엄니가 크게 베인 손을 움켜쥐고 핏방을 떨구며 홀로 먼 황톳길을 걸어가던 꿈같이 어질하고 절박했던 그날 이후, 나에게 요리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기치 않은 어느 날, 울며 기도하며 내가 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주어지면,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꼭 해내야만 하는, 내인생의 모든 것이 그날 정오에 시작되었다. 생각할 때마다 아뜩하고 목이 메이는 나의 첫 요리. 내 인생의 첫 요리.

나에겐 간절한 마음으로 꼭 해내야만 하는 그 일이 시작된 것은 과연 언제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고서 책 속으 ㅣ주인공 마냥 가부좌로 단전호흡을 한 다음, 집을 나서 아직 잠이 든 방물장수 머리맡 낡은 가죽 상자 위에 책을 단정히 놓아두었다. 꿈속에서 나는 태산의 아득한 절벽과 장안의 성벽을 경공술로 누비고, 황사가 몰아쳐 태양도 및을 잃은 사막을 말 달리고, 민중을 핍박하는 사악한 권세가들의 목을 베고, 풀벌레 소리 우는 초원엣 ㅓ의로운 절세가인을 만나고, 대나무 끝을 사뿐 딛고 날아 자객들을 처치하고 은빛 억새 날리는 강가를 걸으며 고독한 유량을 하는 짧고도 긴긴 겨울 밤이었다.

사조영웅전이 생각났다.

나는 신부님 말씀을 들으며 알게 되었다. 그때 무려 석 달 동안이나 어른들이 귀한 소금을 주면서 찰싹, 제정신이 들도록 귀한 매 한 대를 내려주었다는 것을. 말 없는 가르침으로 나를 혼내면서 내 혼을 불러내 주는 것이었음을.

한 아이가 크려면 마을이 필요하단 것이 생각났다.

아무도 앉고 싶어 하지 않는 광선이랑 짝꿍을 한 것은 솔직히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였다. 맨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광선이를 볼 때면 내내 마음이 까시로왔다. 그리고 공소에 앉아 기도할 때마다 ‘ 평아 니는 누구곁에 앉아있느냐.’ 그런 소리가 울려와 나를 못살게 했기 때문이다.

한참 관계로 힘들어 하던 내게 지인이 건넸던 말이 있다.

당신은 누구의 이웃인가요?

나와 그들이 다르지 않다 라고 진지하게 인식되는 순간이 오면, 내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시인의 이웃은 광선이었다.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기분이 상쾌하네. 달리러 가야겠다.

#박노해 # 눈뭋꽃소년 #너의하늘을보아

알 수 없음의 아바타

글쓴이: wo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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