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6살부터 슬슬 이문에 대해 꺠치기 시작했는데, 언니와의 관계에서 특히 손해가 되는 것에 예민해졌다.
이건 아이들 성격과도 관련되는데, 둘째는 원래 음식을 나눠먹는 것을 즐겨하는 아이이다.
본인이 잘 나눠주니까 상대방도 잘 나눠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첫째는 물건이나 음식을 굉장히 아낀다. 아껴 먹는 것이 이 아이의 즐거움인데,
문제는 서로 다른 두 아이가 부딪친다는 것에 있다.
요즘들어 격하게 억울해 하는 둘째는 아마 그 동안 언니에게 알게 모르게 손해보고 살았던 것이 쌓였던 가보다.
둘이 부딪치고 싸우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 때문에 중재수업을 들어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숙박일정 없이 직장인을 위해 주말 위주로 중재수업을 진행하는 수업이 생겼다고 하여 수차례 고민 끝에 신청하게 되었다.
고민이 많았던 것은 아무래도 비용과 기간이었다.
장작 6개월 간 뜨문뜨문 주말을 반납하고 공부를 해야한다니, 게다가 주중 저녁에 브릿지 강의가 있었다.
수업을 끝낸 지금은 오히려 이게 이 수업의 장점이 되었다. 잊을만 하면 오프라인에서 모여 연습하고, 오프라인에서 못 볼 땐 줌으로 연습모임하고,
그러다 잊을만 하면 브릿지 강의 듣고, 이렇게 장작 6개월을 하니 2개월의 교육과정 듣고 끝나는 것 보단 이쪽이 교육과 수련을 함께하기에 적절했던 것 같다.
비폭력대화 수업을 들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이 연습모임 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이 아니다.
수업이 끝난 후,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연습모임이야 말로 꼭 필요한 것이다.
연습 모임을 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잊어버리면 차라리 낫다.
나의 고유성과(나만의 스타일) 수업에서 배운 기술이 합쳐져서 이상한 것이 만들어 질 때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훈련된 수준으로 내려간다 ”
아르킬로코스
비폭력대화 수업을 들으면 사실.. level 1,2,3 다 수업이 비슷비슷한 것 같다. 아무래도 1에서는 욕구와 느낌에 대한 표현 연습이 주 였다면, 레벨2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욕구명상이었다. 3은 뭐.. 욕구명상의 연장선정도로 느껴졌다.(극히 개인적인 의견)
그러나 중재는 좀 달랐다.
일단, 교습법 자체가 여타의 수업보다 좀 더 퍼실리테이션에 근접하였고, 중간중간 슈퍼비전이 있었다.
선생님이 실습을 보여주시고, 우리들 사이에 껴서 실행과 조언 사이에서 실제적으로 접근해주셨다. 물론 다른 수업들도 선생님께서 이렇게 수업을 해주셨지만, 중재는 타인들 갈등에 끼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화 자체가 길고 감정들이 복잡하다.
그 안에서 끼어들기, 추적하기, 응급공감, 적이미지프로세스 등 연민의 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섞여 있다.
자, 그럼 중재를 양육에 적용해볼까.
1.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둘째, 첫째, 나 이렇게 3이서 있을 때 인데, 둘째가 너~~무 억울해 하며 울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먼저 둘째를 공감해줬다. 그러자 첫째가 대뜸 “엄마는 내 편 아니지?”하면서 삐져서 입을 닫아버렸다.
이렇게 나의 첫 중재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2.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싸우는 자매님들
첫번째 실패를 복기하며, 성공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간 새로 배운 기술이 있었으니, 사전중재였다. 사전에 각각의 갈등 당사자들을 따로 만나서 공감 후에 함께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인데,
먼저 울고 있는 둘째를 불렀다. 둘째를 불러서 먼저 공감을 해주었고 이번엔 첫째를 불렀다.
첫째는 스타일이 잘 삐지고 일단 삐지면 말을 잘 안하는 상대하기 곤란한 녀석이다.
일단 말을 할 때 까지 기다리고 공감해주고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제 두 아이를 함께 불러 대화를 시도했다.
둘째가 말하는 중 첫째가 끼어들어 대화를 시도했다.
이 때 필요한 기술은 끼어들기
“엄마가 xx의 말을 잘 듣고 싶은데 지금 말하면 잘 들을 수가 없어. 먼저 yy의 말을 들어본 후에 네 말을 들을게 기다려줄래?” 라고 말해주었다.
이번엔 사전 중재를 하고 나서 그런지 첫째도 삐지지 않고 이끄는대로 잘 따라왔다.
어쨌거나 이번 중재는 처음 중재보다 성공적이었다.
3.
이번엔 3번째 중재
둘째가 단단히 화가 났다.
이번엔 사전 중재 없이 바로 모두가 같이 있는 공간에서 중재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지난 중재를 통해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 같다.
억울해하는 둘째부터 이야기를 들어줬다. 그런 후 첫째 얘기를 듣고, 또 둘째 얘기 듣고 첫째 얘기 듣고..
중재를 하며 공감이 잘 될 때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는 중재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해결부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현상이다.
자신의 감정이 잘 공감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를 통해 다른 해결방법이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
자신의 억울함과 속상함이 잘 연결된 둘째가 먼저 언니한테 제안을 했다.
“그러면 내가 이 스티커를 언니랑 나눠쓰면 되지… 언니가 먼저 원하는 것을 고르면 그 다음에 내가 고를게…(중량)”
그렇게 고집을 피우던 둘째가 먼저 양보를 제안했다.
마음이 많이 풀렸나보다.
그렇게 그 날 저녁은 평화롭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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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9일 이연미소장님의 비폭력대화 기초과정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 들어보세요.
https://m.blog.naver.com/institutenvc/2230417232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