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와 결핍

잠실 다녀오는 길에 하연이가 두 번이나 이런말을 했다.

엄마 나 저 아이가 들고가는 장난감 갖고싶어

엄마 나 저 킥보드 갖고 싶어

봉천동 길거리 다닐때는 그런말 한마디도 없던 애가 

길을 가며 갖고 싶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하연인 갖고 싶다는 말 잘 안한다. 필요할 때마다 미리미리 준비해준 것도 있고

태생적으로 부모를 닮아서 물질에 대한 욕심이 덜한 것 같다.
장난감을 사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유독 몸 쓰며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킥보드는 사주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집은 언덕이라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줄게 할머니 댁에서만 타자 약속~
이랬는데…

베이비시터쌤 관두신 다음부터 하원 후 얼집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만나서 같이 노는일이 일상이 되었다.
도서관에서도 보고 놀이터에서도 보고 …
같이 놀고 같이 웃고
그렇게 내 애 남의 애 할거 없이 서로 챙겨가며 간식에 장난감도 빌려주며 지내게 되었다.
문제는…
다들 평지에 살아서 그런지 킥보드가 있다는 것.
우악. 하연이가 건이 킥보드를 좋아한다. 덕분에 매일 놀터 오실 때마다 건이엄마는 킥보드를 챙겨오신다. 
박하…민폐다…

건이 킥보드는 하연이 뿐만 아니라 이미 동네 언니 오빠들의 킥보드였다. 다들 친절하게 빌려주시는 두 모자에게 은혜를 입고 살아간다.
어느 날 건이가 놀터에 나오지 않았다. 하연이 혼자 놀터에서 놀다가 옆에 오빠가 킥보드를 가져온 것을 보게 됐다.
원하는 것을 말로 요청하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운 하연이는 최근 남의 물건을 뺏기보단 다가가서 말을 한다.

나 그거 빌려줄래?

이 날은 모르는 사람이라 나보고 얘기하란다.

나 역시 부끄러워서 

하연아 엄마도 말하기 부끄럽다..

라고했다. .그녀는 계속 졸랐고 나는 아이손을 붙잡고 가서 말했다.

혹시 오빠 킥보드 안타면 빌려줄수 있을까?

오빠는 싫어요 라고했고 그 순간 우리 아이는 울먹였다.

거절감. 좋아하는 것을 얻지못한 실망감.

속이 상한 그녀는 나에게 안기며 입꼬리가 실룩 거린다. 급기야 어금니를 꽉 깨물어 으득~ 거리는 소리를 냈다.  
엄마 입장에서 매우 마음이 아팠다. 몇푼이나 한다고 …. 하나 사줄까
속이 상한 아이를 달래며 집에가서 가족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여보, 크리스마스전에 킥보드 사줄까? 동네에서 타게  평지에서 타면 되지

신랑은 필요한 모든걸 다 사줄수 없노라

일단 사면 다른 문제들이 생길수 있다고, 사이드이펙트(사고)가 발생할수 있으니 더 크면 사자고 한다.
내가 놀터에서 있던일을 얘기했더니 공감은 해주지만 아직 사지 말자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하연이는 저녁식사 내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루 뒤,
나랑 집에서 노는데 애가 붕붕카에 다리한짝을 접어서 올려놓더니 

나 이거 봐라 킥보드다~

요런다……………..
헐;;;;

수퍼윙스 호기 놀이 중

하연 : (책을주며)택배왔습니다. ~

나 : 그게 뭐에요?

하연 : (책 두개를 ‘ㄴ’ 자로 놓더니 손으로 하나 잡고 발로 하나 밀면서) 킥보드에요~

아놔….. 박하박하…..킥보드 정말 갖고싶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랑을 불러 같이 보고는 둘 다 빵터졌다.

슬픔이 기쁨으로 승화….

역할놀이다 보니 본인도 즐겁게 논다.

마침 시외숙모님이 주신 책이 기억났다.
강아지 라는 길벗어린이 책인데 얼른 꺼내와서 읽어줬다.(글밥이 많아 그림만 보며…)

하연아 널 보니 이 책이 생각나~

기동이의 강아지가 부러운 노마가 기동이에게 강아지를 만져보기를 거절당해서 속상했대.

노마는 강아지를 살 수 없어서 집에서 강아지 인형을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는데 기동이가 처음엔 강아지를 엄청 예뻐하다가 나중엔 싫증났는지 노마에게 강아지랑 놀수 있게 빌려줬다는 이야기야~

하연이는

또 읽어줘

이렇게 두 번 읽었다.

나는 아직도 흔들린다. 아이에게 킥보드 사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나 역시 훈련이라 생각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럴 때 힘이 되는 글.

http://m.blog.naver.com/growing_mom/220844556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