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 롱런하는 비결

남편은 동지 가족은 지원군, 나의 태도.

동네에서 워킹맘이자 경력 20년차 넘은 언니들 3명을 알게 되었다. 조언을 구하고자 만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시간을 내 주셨다.

 

한 동안 일하는 게 몹시 힘들었다. 끝이 없는 일 더미에 나만 보고 있는 애들도 있고, 집안일 역시 끝도 없고. 성과는 잘 안나고 좌절의 연속 OTL

시어머니는 가끔 아이들 픽업 도와준다는 미명아래 본인이 원하는 걸 자꾸 나한테 시킨다. 우리엄만 신랑한테 원하는거 한 번 말해본적 없는데 어떨 땐 정말 속상하고 억울하다. 이러니 여자들이 더 페미니스트를 외칠 수 밖에 없다. (여자의 사회적 진출은 늘었지만 사회와 가정 속의 여성의 역할인식이 변하는데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언니들끼리 저녁에 모임이 있다고 해서 나갔는데 깝놀~

전 집에서 소주를 드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즐겁게 웃으며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는.. ㅋㅋㅋ 내 주변엔 맥주 마시는 와인 마시는 여자들 밖에 없는데… 남자분들도 애자일 방법론 모임에 나오는 개발자들 대부분은 엠티하면 맨정신으로 새벽 4시까지 대화하는 분들도 많은데(매우 건전한 모임. 개인적으로 부부동반도 추천한다. 즐겁다.)

여자분들 모임에서 소주가 왠말인가. 문화충격 ㅋㅋㅋㅋ 기쎈 언니들은 이렇구나~ㅎㅎㅎ

 

 

한 명은 3차 병원의사, 두 분은 대기업 근무 하시는 분들이다.

 

 

일하는 여자 롱런하는 비결이 뭔가요?

 

처음 나온 얘기가. 누군가의 성공이 있으려면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다고. 희생은 조명이 안되지만 누군가 멋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 후에 보이지 않는 다른 가족들의 희생이 있을 거란 얘기였다.

 

그러고 겪게 되는 이야기들.. 아이들 키울 때 , 회사에서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 이야기.

성별 차별 발언들과 실적에 따른 고과가 아닌 여자기에 불리한 고과들.

 

아래와 같은 충고들을 해줬다.

 

  • 30대 때가 가장 힘들다.  버텨라. 그렇게 버티다 40대가 되면 지금의 일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 이 정도 힘든건 삶의 기본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힘듦의 기준을 조금 바꿔라. 더 늘려라. 근육을 쓰듯이.
  • 잠을 잘 자라. 오늘의 업무와 스트레스를 오늘로 끝내는 좋은 방법이다. 내일의 새로운 에너지를 줄 것이다.
  • 꾸준히 운동을 해라.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생각도 정리하고 체력도 늘고. 뇌도 움직인다.
  • 가족 중에 내 편을 늘려라. 남편은 동지고 아이들은 사춘기라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가족 문제가 생겼을 때,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 든든한 나의 뒷배가 되도록.
  • 집을 일터로 생각하면 집안일도 넉넉히 해낼 수 있다……(<— 응?;;;; 전 요즘 반찬 다 사다 먹는데.. ㅎㅎ)

 

언니들 3명이랑 얘기하면서 느낀건.

  • 3다 가족들과의 관계가 참 좋아보이더라. 아이들과의 관계도. 엄마가 일하느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이 없었을 텐데, 그 안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한 노력을 참 끊임없이 했던. 아침시간 활용하기. 매일 자기 전에 꼭 책 읽어주기. 관심사 나누기… 교육의 시작은 학원이 아닌 가정교육부터 라는데 다들 동의했다. (아니 대체 일도 하고 집안일도 돌보면서 어떻게 애까지 챙기는 거지?? ㅎ)
  • 남편의 가사 활동이 높다. 서로에 대한 유대감이 상당히 깊고, 신뢰하고 믿고, 팀으로써의 가족들 간에 팀웍이 높다.
  • 오늘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태도. 결국 내가 바뀌는게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학교 공부야 혼자 잘하면 그만이지만 회사일은 나 혼자서 해서 되는게 없고 남의 도움없이는 잘 할 수 없다고. 태도를 바꾸기 위해 1년짜리 교육을 듣기도 하고 아침마다 필사를 하기도하며 자신의 태도를 바꾼 언니들. 두 언니들 다 무교라는데 ‘ㅁ ‘ 생각과 행동이 참 건전하다.
  • 살면서 시간을 돈으로 사야하는 때가 있는데 아이가 어릴때야말로 그것이 필요하다. 도와줄 사람을 고용해라.

 

 

오늘 모임이 좋았던건 컨퍼런스에서 들을 수 없는 밀착 이야기가 많았다. 1:N으로 하는 얘기에는 진행자 위주의 이야기와 대중을 위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한 테이블에 모여앉아 근거리에서 얘기하다보니 더 자세한 얘기 더 깊은 얘기.  가족이야기. 실천을 위한 것들을 많이 얘기 들을 수 있었다.

 

이야기에만 그친게 아니라 카톡방에 초대해주셔서 새벽부터 바지런한 아침 준비. 운동한 내역 등 일상내용을 공유해주시니 도전이 된다.(새벽까지 술마시고 몇 시간 후 일어나 아침차리고 운동나가는 근성은 대체 어떻게 길러지는건지… ㅎㅎㅎ)

 

유명한 사람,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같은 언니같은 이야기들이 속속 넘치는.

 

 

나중에 이런 자료들 모아서 책도 쓰고 추적 연구도하면 좋은 이야기가 될 듯 하다.

 

last modified : 2019-08-02